참여 후기

26년 대한동의방약학회 동계학술대회 참관기

  • by 대한동의방약학회
  • 등록일2026-02-06
  • 조회수161

막연한 의구심에서 명쾌한 처방의길로 : 대한동의방약학회 동계학술대회 참관기

지난 1월 17일부터 1월 18일까지 이틀간 대한동의방약학회에서 동계학술강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강연은 ‘약증(藥證)과 방증(方證)을 통한 상한론과 금궤요략 처방 운용의 이해’라는 주제 아래, 김휘열 원장님을 비롯한 6명의 연사님들이 임상의 정수를 전수하는 자리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올해 처음으로 학생 대상의 강의가 진행된 만큼, 설렘과 기대를 안고 강의 장소인 건국대학교 경영관으로 향했다.

■인트로: 전사와 마법사의 차이
 연사님이 마이크를 들자 다소 부산스럽던 분위기가 정돈되었다. 강연의 시작과 함께 화면에 띄워진 ‘전사 vs 마법사’라는 문구는 어떤 비유인지 학생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냈다. 침구와 추나가 전사처럼 몸을 써서 즉각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영역이라면, 온전히 머리를 써서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짓는 방제는 마법사의 영역에 비유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후 전사와 마법사에 빗대어 각각의 스킬트리로 풀어낸 설명은 단순한 비유 이상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학기동안 방대한 수업 시수를 견디며 눈앞의 시험을 치르는데 급급해서 많은 지식을 배우고도 이를 온전히 정리하지 못한 채 막연히 ‘한의사가 된다면 언젠가 다 알게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머물러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법사에 비유된 처방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사의 길은 실로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본초학이라는 토대 위에 처방의 기본인 상한론을 세우고 금원사대가를 비롯한 명의들의 통찰을 다루는 의사학, 나아가 온병학과 현대 중의방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방제학의 세계가 펼쳐졌다. 여기에 생리학, 병리학, 진단학을 순차적으로 섭렵해 최종적으로 임상 각 과의 전문화를 이루는 과정을 보며 마법사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평생을 수학해야 할 학문일지라도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시간의 축적은 결국 자신만의 특화된 치료 영역을 선별하게 할 것이다. 이는 그저 침을 놓고 한약을 준다는 단순한 접근을 깨부수고 진정으로 어떤 한의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지를 고민하게 해준 소중한 시작점이 되었다. 현재 내가 듣는 이 강의는 그 길의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무엇일지 인지하고 나아간다면 이 길은 정답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양한방을 통합한 최적의 지식
 연사님에 따르면 강연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결국 “해당 질병에 어떤 처방을 써야 하는가?”라고 한다. 현대 과학의 근간인 유물론과 환원주의적 사고에 익숙한 교육 과정을 거쳐온 만큼, 질병과 약물을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양방적 사고는 우리에게 어쩌면 가장 보편적이고 편리한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고치지 못하는 질병이 한의학에서 실마리를 찾는 이유는 질병 그 자체를 넘어 환자 개개인의 전신적 상태에 따른 변증을 통해 처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치료는 처방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결합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나는 이번 강의를 통해 이전까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처방의 세밀한 구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핵심 병인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병기를 확정한 뒤, 주요 치료 약물군을 설정하여 군약 중심으로 약물의 조합을 구성한다. 이어 보조적인 약물군을 선정하고 특정 벡터에 해당하는 장부나 경락의 방향으로 이끌 필요가 있는지 살펴 가감함으로써 최종적인 처방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확인했다. 이것이 처방하는데 갖춰야 할 기초적인 구조이자 핵심 구조였던 것이다. 글로 나열하면 당연해 보일 수 있는 이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시각 자료를 통해 한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처방의 구조적 체계를 비로소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처방은 상황에 맞는 변증과 현대 병리학적 분석, 그리고 약리학적 기전에 대한 이해가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완성된다. 이러한 통합적 이해가 필수적인 만큼, 이어진 강의는 여러 학문적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함께 파악할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석고제를 필두로 하여 해당 약재의 본초학적 주치효능이 실제 어떤 약리학적 기전을 가지는지 최신 논문의 결과들을 토대로 상세히 살필 수 있었다. 우리가 한의학적으로 배우는 내용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임상결과와 그 뜻을 같이 한다는 것을 보면서 학문에 대한 깊은 확신이 더해졌다. 또한 귀경을 약물의 작용 방향인 벡터로 치환하여 설명하는 등 모호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한의학적 의미를 현대적인 논리로 명쾌하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약재가 가진 여러 효능이 모든 처방에서 일률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각 처방의 목적에 따라 어떻게 선택적으로 발휘되고 적용되는지도 심도 있게 다루어졌다. 여기에 여러 의가들이 기술한 공통적인 경험적 근거가 어떻게 자료에 통합되었는지를 확인하며 한의학적 근거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처방의 알고리즘화
 이번 강연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방대한 지식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제시된 ‘도식화된 자료’ 였다. 세 장의 소감문보다 한 줄의 평을 쓰는 것이 훨씬 어려운 법인데, 정제된 형태로 한 장에 담아낸 자료의 정교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방제학에서 수많은 탕제를 개별적으로 배우다 보면 약재 구성과 용량을 암기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본초학에서 배운 약재의 성질을 처방과 유기적으로 연결할 여유가 없을뿐더러, 처방들이 각각 따로 노는 것처럼 느껴지다 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강연에서는 특정 약재의 처방이 파생되는 흐름과 연계성을 충분히 설명한 뒤, 마지막에 이를 집약적으로 도식화하여 제시함으로써 학습의 내용을 완벽하게 마무리 해주었다. 예를 들면 마황제를 개괄할 때, 호흡기 처방군과 통증 처방군의 영역으로 나누어 처방이 파생되는 과정을 한 장의 조직도로 설명한 방식과 같이 말이다. 마황이 들어간 열 가지 이상의 처방이 하나의 알고리즘 안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순간, 따로따로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지며 그간의 답답함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이론과 임상의 하나 되는 연결
앞서 배운 처방들이 실제 임상에서는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론적으로만 배웠던 지식이 원장님들의 실제 케이스(Case)에 적용되는 것을 보니 훨씬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었고 그 내용이 더욱 가까이 와닿았다. 조문을 암기하면서도 늘 ‘실제 임상에서 내가 쓸 수 있을까’ 고민해왔는데,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처럼 실제 사례를 접하니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특히 단순히 처방의 성공담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처방을 수정하고 보완해 나갔던 과정까지 가감 없이 들려주신 덕에 실제 임상 현장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가르침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이론과 임상 사이의 먼 간극을 성실히 채워주었다.
이러한 임상 현장의 생생함이 녹아있는 실전적인 가르침은 평소 품고 있던 학문적 갈증을 해소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흔히 처방에 능숙한 한의사들은 환자가 들어오는 모습만 보고도 대략적인 처방 분류군을 판단한다고들 하는데, 1~2시간의 짧은 특강으로는 그 구체적인 실체를 접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강연에서는 처방별로 환자가 가지는 체질적 특징이 무엇인지 깊이 있고 자세하게 다루어 막연했던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또한 원장님들이 경험한 노하우를 최대한 많이 알려주려고 하셨기 때문에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시각에서 더 많은 내용을 배울 수 있었다.

■처방 공부의 길잡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한약을 지으러 온 환자를 반드시 낫게 하려면 나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처방 하나를 온전히 써내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방대했고, 실력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 뒤에는 '과연 혼자서 이 모든 공부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의구심이 늘 따라다녔다. 이러한 고민의 기로에서 마주한 대한동의방약학회의 강연은 기대 이상의 울림을 주었다. 물론 내용이 어렵고 깊이가 있어 알아듣지 못한 부분도 꽤 있었고, 방대한 자료의 양을 다 수용하기가 힘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강연을 듣는 내내 '이 길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는 확신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강의를 따라갈수록 처방 공부에 대한 구체적인 이정표가 그려졌고, 어떻게 학습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도 얻을 수 있었다. 강연은 학생 대상이라고 해서 내용의 깊이가 결코 얕지 않았고, 그렇다고 학부생이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았다. 진실로 처방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이 강연이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동계학술대회를 계기로 처방 공부에 눈을 뜬 만큼, 앞으로 찾아올 다음 강연들이 더욱 기대된다.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기고] 막연한 의구심에서 명쾌한 처방의 길로: 대한동의방약학회 동계학술대회 참관기 - 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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