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동의방약학회 정기학술대회 학생 참관 후기 – 원광대학교 본과 2학년 임상훈
지난 1월 2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노인환자 및 피부질환의 이해’를 주제로 대한동의방약학회 정기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노쇠와 다약제 문제, 피부질환의 감별과 치료, 그리고 온병학의 활용을 핵심 주제로 다루었다. 본래 임상가들을 위한 심도 있는 강의였으나, 필자의 모교에서 강의를 맡아주신 학회장님과의 인연으로 감사하게도 참관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흡입력 있는 강의와 근거 중심의 풍부한 자료들은 학부생인 필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지식의 장이었다.

# 인산인해를 이룬 강의장
노화와 노쇠는 다르다
첫 강의는 경희대 한방병원 권승원 교수님께서 문을 여셨다. 교수님께서는 "나이가 드는 것은 피할 수 없으나, 신체적 쇠락(노쇠)은 회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삼기(參耆)제를 중심으로 한 노쇠 대응 처방 구조를 설명해주셨다. 특히 '인삼영양탕'에 대해 『의림촬요』와 『동의보감』의 출전을 비교하며 방의(方意)를 해설해 주신 부분이 인상 깊었다. 또한 노인 환자의 다약제 복용 문제, 즉 약물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약을 쓰게 되는 '처방 연쇄'의 위험성을 지적하셨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다성분·다효능을 지닌 단일 처방단위인 한약의 이점을 강조하셨다. 예컨대 '팔미지황환' 단일 처방으로 요통(정형외과), 야뇨(비뇨기과), 이명(이비인후과), 불면(정신과) 등 다학제적 증상군을 아울러 관리할 수 있다는 접근법은 한의약이 노인 다약제 문제 관리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피부질환, 제대로 분류하는 법
두 번째 강의를 맡은 바른샘한의원 구재돈 원장님께서는 피부질환 치료의 핵심으로 '정확한 분류'를 꼽으셨다. 강의 시간 내내 수백 장에 달하는 증상별 사진 자료를 제시하며 마치 도제식 교육처럼 임상 경험을 전수해 주셨다. 지루성 피부염, 아토피, 화폐상 습진 등의 감별 포인트는 물론, 예후와 2차 감염 관리까지 상세히 다루어 주셨는데, 특히 사상체질을 활용해 피부질환을 귀납적으로 해석하는 통찰이 매우 흥미로웠다
열성 피부질환, 차갑게만 치료해야 하는가?
세 번째 순서로 동의방약학회 이원행 회장님께서는 '감온제열(甘溫除熱)'의 원리를 통한 난치성 피부염 치료법을 강의하셨다. 피부질환은 흔히 열성 질환으로 여겨져 청열약(淸熱藥) 위주로 접근하기 쉽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잘 낫지 않는 경우도 많다. 회장님께서는 보중익기탕 치험례를 통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염증만을 쫓기보다 환자의 허실을 변별하여 인체의 면역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근본 치료일 수 있음을 강조하셨다. 단면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피부질환의 치법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어갈 수 있는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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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영혈, 온병학 책 1권을 다 녹여내다
마지막으로 최인석 학술이사님의 온병학 특강이 이어졌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온병학 서적 한 권을 독파한 듯한 밀도 높은 강의였다. 특히 조소금(趙紹琴)의 이론을 통해 외감 열병에 국한되었던 병리가 내부 조절 체계로 확장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과거 학교 과제 중 온병 처방이 불면증에 활용된 의안을 보고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기기불창(氣機不暢)'을 중심으로 한 온병 처방의 확장 원리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알게 된 것과 알고 싶어진 것들
이번 학술대회는 내가 '알게 된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알고 싶어진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난치 질환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통찰을 발휘하는 선배 한의사분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더 깊이 알고, 더 잘 치료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학문적 열의가 고취되었다. 귀한 배움의 장을 마련해주신 동의방약학회에 감사드리며, 훗날 능숙한 임상가가 되어 한의학을 통해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